"반헌법적이고 불법적인 국정농단"
게다가 현재 국정 역사교과서는 모든 법적 절차를 무시하거나 어기고, 편찬기준도 저자의 이름도 밝히지 않은 채 집필에 들어갔다. 학생들을 교육하기 위한 교과서를 만드는 과정이 전혀 교육적이지 못하다. 이 과정을 학생들 역시 목도하고 있다. 학생들이라고 교과서만을 통해 지식과 통찰을 얻지는 않겠지만, 그들이 이 사회의 권력 남용과 민주적 법질서의 문란을 목격하고, 이것이 현실에서 당연하고도 가능한 것으로 배우고 받아들이게 될까봐 우려스럽기도 하다.
김무성 대표 등 국정화에 적극 앞장서고 있는 인사들이 현행 검정 역사교과서를 모두 '반(反)대한민국 사관'에 의해 씌어졌다는 사실을 국정화의 이유로, '국론분열 방지와 국민통합'을 국정화의 최종목표로 제시하고 있는 데에서 이들의 진정한 의도가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. 즉 대한민국과 반대한민국이라는 대립구도로 우리 사회를 구분하고 유신시대의 '국민총화'를 복원하자는 것이다. 이로써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판단되는 '민주-반민주' 혹은 '진보-보수(혹은 수구)' 같은 대결구도를 대체하는 데 성공하면 이를 통해 비판세력을 반국가적 세력으로 규정하고 이들의 정치적 생존권까지 박탈할 수 있게 된다.
국정화에 반대하는 '우리'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. 미래 세대와 교육을 위해서라고 말하면 순수하고, 정부의 잘못을 중지시키기 위해서라고 말하면 불순한가. 구분할 수 있는 경계는 어디부터인가. 그리고 누구까지를 순수한 반대자라고 부를 수 있는가.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당장 2017년부터 중고생들의 손에 '올바른 역사교과서'가 쥐어지리란 사실이다.